Tuesday, September 03, 2019

사회 자본의 축적과 파기

조국 장관 후보자의 자식 스펙쌓기 논란에 떠오른 단상.
몇 년 동안 청년ㅅ세대의 불안, 국가의 존재 이유 등을 생각하다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흔히 압축 성장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유럽처럼 수백년을 쌓아온 선진국 (경제 및 제도, 문화 포함...)에 비하면 한국 사회는 너무 빨리 자랐고 벌써 조로하는 느낌이다.
인구 감소라는 외면상 현상도 그렇지만, 그 이면에 자리잡은 출산 기피 원인을 생각해보면 결국 사회의 조로 증상이 아닌가 싶다.

누구도 콕 찝어말하긴 어렵지만 최근 영화들 -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정서는 사회 계급의 고착화이다.
이제 생긴지 100년이 채 되지 않은 나라에서 벌써 부와 권력이 고착화되었고,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들을 누구나 받는게 아닌가 싶다.
재벌가나 박정희 일가를 비롯한 경제나 정치 세력도 그렇지만, 단순한 부동산 부자나 의사, 교수 등 전문직 집안의 고착화 및 독점화는 최순실 사태 전부터 피부로 느껴왔을 것이다.

청년 시절부터 진보라는 스텐스를 바꾸지 않은 조국 후보자의 경우도 이번에 드러난 바로는 대를 이어 쌓여진 사회 자본의 혜택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회 자본이라는 것이 단순히 벼락 부자가 되듯이 축적할 수도 없는것이며, 생활 전반에 스며든 것이라 인지하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불법이 아니라고 적극 항변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상실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닐까.
문화적인 문제라 파기하려 한다고 할 수도 없는 사회 자본이겠지만, 이에 대한 자각과 논란이 된 경제적 자본을 기부하겠다는 행동에서 그의 진실성을 믿고 싶어진다.

다만, 여기에 대해 박탈감을 느낀다며 촛불을 든 명문대 재학생이나, 자기 자식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장삼이사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 자본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슬비처럼 스며들어 작용하는 지 고민도 못 해 보았을 사람들로 보이는데..
명문대 학생들의 경우에 비슷한 스펙 쌓기를 통해 진학한 학생이라면 자신 역시 부모의 사회 자본의 덕을 한껏 받았음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채 하는 것이다. 반면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진학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수많은 일반고, 특히 지방 고등학교에서  명문대 진학이 기대되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모든 지원이 주어지고 거기 포함되지 못하는 대부분 학생들이 들러리가 되어주는지를 역시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체 하는 것이다.
명문대가 아닌 학생들의 경우에 오히려 이러한 사회 자본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탈감을 느낄 만 하다. 하지만 사회 자본의 내밀성을 생각하면 이러한 발탁감이나 분노는 언론에서 집중해서 나쁜놈으로 만들려는 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 자본을 내밀하게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행사하게끔 만든 체제에 향해야 할 것이다.
불법으로 되지 않는 것을 만들어서 가진 것이 아니라면, 주변에 만들어져 기다리는 혜택들을 건건 별로 적극적으로 고려해본 다음에 거부하지 못 했다고 당사자를 욕 할 것이 아니라 그런 혜택들이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에 비난을 쏟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또한 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했다면 조국 후보자가 한 것처럼 자신들이 기대하는 사회 자본의 축적도 마땅히 반납할 용기가 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겠지.

하지만 그런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나를 포함해서, 이 조로한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이미 고착화된 사회 자본을 바꾸려는 청년의 미숙함은 이미 버린지 오래인 것 같다.
오히려 조로했으므로 조금이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놓지 않고 더 쌓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진짜 이 조로한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자들의 굳건한 사회 자본을 강화해준 다는 것도 모른채....